생산현장을 떠나는 그대에게
작성자 : 해농수산 최지민 실무책임자
오늘도 한 생산자가 그만두셨다. 이곳에서 일하신 지 어언 5~6년은 되신 분이었는데 이제 더는 육체적으로 버티지 못하겠다며 그만두신 것이다. 정년을 이미 훌쩍 넘기시고도 몇 년을 악착같이 버티신 데에는 물론 개인적인 사정도 있으셨겠지만, 그중엔 자신이 당장 그만두고 나면 남은 생산자들이 짊어지게 될 노동의 강도가 만만치 않으리라는 것, 아울러 이러한 업종은 늘 만성적인 구인난에 시달리고 있다는 걸 그 누구보다도 잘 아셨던 탓이 아니었겠나 생각한다.
한국이 초고령화 사회로 접어들었다는 뉴스는 더 이상 ‘새로운 사실’이 아니다. 그러나 그러한 현상을 좀 더 세밀히 관찰해보면 지역에 따라, 혹은 산업부문에 따라 그 진행 양상에 있어 상당한 편차를 보이고 있는 게 일선 현장에서 체감하는 쓰라린 현실이다. ‘해농수산(주)’의 1차 생산공장이 있는 이곳 부산만 하더라도 전국 7대 특·광역시 중에서 제일 먼저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하였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부산의 총인구수 중 노년층에 속하는 65세 이상 인구의 비율은 벌써 20%를 넘어섰다. 물론 여타 광역시에 비해 인구가 많은 건 사실이지만 지금과 같은 추세로 가면 향후 10년 안에 부산의 길거리를 지나다니는 10명 중 3명은 65세 이상일 거라는 게 여러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더더욱 심각한 문제는 우리와 같은 소위 3D 비인기 산업에 있다. 경기도 성남에 자리한 2차 생산공장만 하더라도, 서울과 맞먹는 지리적 이점에도 불구하고 구인난에 시달리는 건 물론, 겨우겨우 구한 사람들마저도 주된 연령대는 50~60대가 대부분인 실정이다. 하물며 부산은 오죽할까.
겨우 생물학적 연령대만으로 모든 걸 재단하기에는 오류가 있을 것이다. 나이가 더 들었다고 해서 그들의 일에 대한 숙련도나 생산력이 결코 떨어진다고도 할 수 없다. 다만 우려스러운 건 근근이 버티던 그들마저 높은 업무 강도와 체력적 한계 탓에 속속 그만두는 일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하여 일단 지금의 불확실성만이라도 잠재우기 위해 우리는 얼마 전, 모든 생산자들의 한 달 임금을 15만 원가량 인상시킨 바 있다.
한살림 운동을 이끄는 주된 동력이 ‘생산과 소비는 하나’라는 명제라 하더라도 자본주의 생태계 내에서 한살림의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생산력의 제고가 우선시 되어야 한다. 또한 그 고민은 비단 생산자들만의 몫은 아닐 것이다. 한살림의 생산자와 소비자만의 호혜적 관계는 분명 지금의 자본주의 구조를 넘어설 수 있는 질적으로 전혀 다른 패러다임을 제시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어렵지만 우리는 함께 답을 찾을 것이다. 늘 그래 왔고, 앞으로도 계속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