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방사성 오염수 해양투기를 반대한다
작성자 : 해농수산 최지민 부장
건강하고 현명한 입맛의 한살림 조합원에게 해농수산은 1997년부터 수산물 공급을 시작하였습니다. 투명하고 안전한 수산물을 공급하는 것은 우리의 숙명이라고 생각하며 매분 매초 양질의 물품 공급에 대한 고민을 거듭하며 생산활동을 지속해 왔습니다.
날로 심각해지는 기후 위기로 최근 우리 식탁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고등어, 삼치 등의 어획이 불안정해지는 등 우리나라 연근해뿐만 아니라 전 세계 어종들의 어장이 커다란 변동을 맞이하는 이때,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결정으로 해농수산의 고민은 중력이 끌어당기듯 더욱 무겁게 합니다. 이에 한살림의 식탁에서 수산물을 담당하는 주된 생산자로서 이야기를 풀어보고자 합니다.
오로지 자국의 경제적 손익만을 따짐으로써 인류의 생명 아니, 뭇 생명들의 안전을 깡그리 무시하는 일본 정부의 저 후안무치한 처사는 머지않아 자신들에게도 고스란히 독이 되어 되먹임 되리라는 걸 그들은 진정 모르고 있다는 말입니까. 그러나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바다야말로 인류의 기원이자 핏줄이라는 것을. 그리고 바다에는 국경이 없다는 것을. 인류에게 있어 어머니와도 같은 바다에 그들은 돌이킬 수 없는 패륜을 자행하려 하고 있습니다.
수산업에 몸 담고 있는 제가 진정으로 우려하는 건 그들과 같은 경제적 이유 때문만은 아닙니다. 그간 생명과 살림이라는 기치 아래 그 무엇보다 안전하고 믿을 수 있는 수산물을 생산하고자 애써 온 우리들의 모든 땀과 눈물이 이제 땡볕 아래 이슬처럼 가뭇없이 사라질까 저어하기 때문입니다.
먹이사슬의 최상위 포식자인 우리 역시 거역할 수 없는 진화의 역사 안에서는 이제 겨우 갓 태어난 아이에 불과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들은 소위 과학이라는 미명 아래 130만 톤이라는, 역사상 유례가 없는 어마어마한 양의 오염수를 자그마치 30년이라는 세월 동안 바다에 버리겠다며 어깃장을 놓고 있습니다.
제 아무리 미량의 방사성 물질이라도 연령과 건강에 따라 그것이 인체에 끼치게 될 영향이 얼마나 치명적일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습니다. 그렇습니다. 무한한 생명을 잉태하고 있는 산모와 앞으로 자라날 갓난아이, 그리고 노약자들의 안전이 담보되지 않는 한, 일본 정부의 오염수 투기에 대해 누구도 묵과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아니, 진화의 역사에서는 온 인류가 갓난아이에 불과한 것임을 떠올릴 때 제아무리 건강한 성인이라도 방사능의 보이지 않는 손 앞에서는 그 누구도 결코 안전할 수 없다는 것만은 자명한 사실입니다.
아울러 가깝게는 동네 인근의 횟집에서부터 멀게는 난바다로 조업을 나가는 어부들에 이르기까지, 바다와 수산물을 매개로 생업을 이어나가고 있는, 저를 포함한 이 땅의 모든 수산업 종사자들은 일본 정부의 만행으로 인해 졸지에 폐사할 위기에 처했습니다.
수십 년을 축축하고 차디찬 어판장 바닥에 쭈그려 앉아 꼭두새벽부터 수십만 마리의 수산물을 선별하는 일로 생계를 꾸려 온 허리 굽은 어르신들, 후계자가 없어 앵두처럼 오그라든 심장을 쥐고 지금도 생사의 경계를 오르내리고 있는 전국의 해녀들, 일평생 한 자루의 칼에 기대어 셀 수 없이 많은 생선을 손질하느라 손가락이 굽은 저희 생산지의 해맑은 어머님들. 이 외에도 일일이 열거할 수 없는 뭇사람들의 생존이 위협받고 있는 것입니다.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우리나라의 지리적 특성상 수산업에 발을 담그고 살아가는 사람들과 제반 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수는 그 어떤 나라보다 더하면 더했지 결코 덜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또한 각종 지표를 보아도 우리나라 사람들의 수산물 소비량은 세계에서 으뜸가는 수준입니다. 그런데도 일본 정부는 태평양 도서 국가는 물론, 그와 가장 근접한 대한민국 국민들의 절규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오염수 방류 계획을 밀어붙이고 있습니다.
우리가 앞으로 일본의 만행을 막아내지 못한다면 바다는 더 이상 모든 걸 받아들이는 어머니로서의 정체성을 상실한 채 방사능이 들끓는 지옥으로 변질될 것입니다. 인류를 잉태했던 바다, 저 세계의 양수에서 여전히 꿈틀거리며 꿈을 꾸고 있는 모든 생명들을 위해 우리를 비롯한 한국 정부, 나아가 국제사회는 한마음 한뜻으로 일본의 종말론적 만행을 길필코 막아내지 않으면 안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