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5월 가공생산지 이야기

한살림이 거제사슴농장을 살렸습니다

새벽 1시, 추석 공급을 끝내고 기절한 듯 자고 있는데 전화벨이 울립니다. 불길한 마음으로 전화를 받았습니다. 핸드폰 넘어 요란한 사이렌 소리와 상기된 목소리로 “거제사슴농장 대표되시죠? 화재가 발생했는데 건물에 사람이 있나요?”라며 공장에 불이 난 상황이고 유독가스로 진입 힘들어 내부에 사람이 있는지 묻고 빨리 공장으로 와 달라고 하는 소방관 말이었습니다. 그렇게 화마는 6시간 뒤 2층 건물 400평 공장을 전소시킨 뒤 물러갔고, 17대나 출동한 소방차들도 돌아갔습니다. 해가 뜨자 처참한 상황이 적나라하게 드러났고 직원과 가족들의 충혈된 눈빛을 보며 다리에 힘이 빠져 주저앉을 뻔했습니다. 연이어 경찰 감식반이 오고, 잔불로 인해 다시 소방차가 오고, 5억 원이 넘는 6년 근 홍삼들이 잔불 정리를 하시던 소방관 작업화 아래에 망가지는 것을 보면서 정신은 더 아득해졌습니다.

정신을 차리고 추석 후 물품공급을 어찌해야 할지 한살림 물품담당자에게 연락을 취했습니다. 무엇을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우선 처리할 것은 무엇인지 막막한 상황에서 가공생산연합회 백기욱 사무국장과 구매부 이상갑 팀장, 양승준 차장이 천리길 운전을 무릅쓰고 찾아와 주었습니다. 현장을 보면서 피눈물 흘리는 저에게 위로를 주었고 몇 끼 만에 처음으로 저녁을 먹으면서 심리적 안정을 찾았습니다. 화재 현장을조사하고 복구 업체와의 회의에서 업체들은 화재 복구 금액이 30~35억 정도 추산되니 현실적으로 폐업이 적절하다고 했습니다.

이때 한살림으로부터 수시로 복구 진행과 지원이 필요한 부분을 묻는 연락이 왔고 급기야 정말 피 같은 긴급대출자금 2억을 집행해주셔서 생산기반도 복구하고 불이난 공장에서 일하던 37명의 직원을 해고하지 않는 방향으로 복구작업을 계획할 수 있었습니다, 불탄 공장의 기계설비, 원재료, 제품, 건물 등을 걷어내고 건물구조 안전진단과 철거작업을 시작하니 화재 폐기물 처리, 철거작업의 위험성으로 예상보다 많은 시간과 비용이 발생했고, 보험사의 늑장 현장실사 등이 발목을 잡았습니다, 그나마 추석 물품대금으로 급한 공사비며 새 기계설비 계약금 등을 충당했으나 자금은 부족했고 대출을 어디서 받을까? 걱정과 한숨이 다시 몰려왔습니다.

그때 또다시 한살림은 거제사슴농장에 추가 지원을 이어주셨습니다. 경남생산자연합회, 한살림천안아산생협, 한살림경기서남부생협, 한살림경남생협, 가공생산지 상호부조 등의 지원금과 한살림펀딩 복구지원 대출로 고비고비를 넘길 수 있었습니다, 현재는 화재 이전 상황으로 완전히 복구하여 시범생산을 하고 있으며 5월부터는 본격 양산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어렵고 힘들 때 옆에 있어 주는 진정한 벗 한살림. 거제사슴농장은 은혜를 보은하는 생산자로 살아가겠습니다. 한살림 생산자, 소비자 조합원 여러분! 거제사슴농장 임직원 모두와 함께 진심으로 절 올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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