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7월 가공생산지 이야기

낡은 듯한 그 단어 ‘ 아.나.바.다’를 떠올려봅니다 – 우유갑 되살림 휴지

부림제지/윤우석대표

 

풍요로운 숲

‘풍요로운 숲’이라는 의미의 우리 부림제지는 국내 최초로 우유갑만을 직접 수거하 여 우유갑 되살림 휴지를 만들어온 1세대 생산지 중 하나입니다. 오래전이지만 우 유갑 되살림 휴지를 만들고, 생산자 재활용 책임제도에 우유갑을 포함시킨 공로로 대통령 표창을 받기도 했습니다.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 우리 부림제지는 한살림과 조합원들의 응원과 관심 덕분에 대표적인 친환경 휴지제품 생산지로 자리매김하 고 있습니다.

부림제지 화장지가 만들어지는 과정

우선 우유갑을 수집해서 가정에서 믹서기를 사용하듯 큰 기계에 우유갑과 물을 넣 고 돌립니다. 비닐코팅면과 펄프를 분리하는 원료해리(팔파)기계는 800~1300마 력의 칼 축과 봉이 회전하여 원심력으로 우유갑을 순간적으로 두드리고 찢어버립 니다. 그 과정에서 비닐코팅면이 살짝 벌어지면서 안쪽의 펄프가 차츰 분리됩니다. 찢기고 비벼지면서 벗겨진 비닐코팅면은 모두 망에 걸러 배출되고, 우유갑 펄프와 물은 배관을 통해 밑으로 빠져나옵니다. 그 이후엔 일반 천연펄프처럼 고해-해리 과 정을 거치며 휴지 원료로 펄프화 되어 화장지 원단으로 만들어집니다. 현재 해당 공 정은 외주 생산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부림제지에서는 공급받은 원단으로 리와인 딩, 엠보싱, 절취선, 겹작업 등을 통해 휴지 완제품으로 탄생시킵니다.

자연과 사람

이렇게 만들어지는 부림제지 우유갑 되살림 휴지는 이제는 사실 기술적으로 대단 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자연과 사람에 딱히 좋을 것도 없는 것 같습니다. 한번 쓰이 고 버려지면 똑같이 쓰레기가 되고 조금이라도 자연을 힘들게 합니다. 더욱이 우유 갑 수거와 재활용에 대한 번거로움과 비용이 수반되고, 요즘 많이 만들어지는 천 연펄프 휴지제품에 비해 생산관리와 판매에 어려움이 많아서 점점 시장에서 사라 지고 있습니다. 그러면 우리 부림제지 휴지의 의미는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요?

눈앞에서만 친환경

많은 분들이 전기차, 무라벨 생수병, 폐플라스틱 등산의류 등을 칭찬하지만, 에너지 생산, 폐전지 처리 문제 등을 생각하면 진짜 환경에 도움이 되는 것인지 고개를 갸 우뚱하게 됩니다. 생수 라벨 떼기 편하게 만들었으니 편한 마음으로 많이 사서 먹고 버리라는 것도 이상하고, 폐플라스틱이 의류로 충분히 재활용되는데, 왜 플라스틱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지도 납득이 가지 않습니다. 물론 이런 시도들은 나름 의미 있 고 훌륭하지만 어쩌면 환경보다는 소비자들의 죄책감을 다독거리는 역할이 더 크 고 소비에 대한 좋은 핑계 거리가 되기도 합니다. 종이컵, 종이 그릇 같은 일회용품 쓰레기가 엄청나게 늘어난 것도 나무로 만들어져서 버려져도 괜찮다는 생각이 한 몫하지 않았을까요?

좀 더 겸손한 친환경을 위해

눈앞에서만 친환경을 통한 ‘뿌듯함’을 찾기보다는 자연을 아프게 했다는 ‘미안함’ 을 느끼는 것이 좀 더 환경에 도움 되지 않을까요? 그래서 친환경 생활은 좀 더 겸 손해야 합니다. 현재 가장 현명하고 효과적인 친환경 생활은 좀 낡은 단어 같지만 ‘아.나.바.다’가 아닐까 합니다. 적어도 자연에 해로움을 덜 끼치는 소비와 생활. 자연 을 덜 힘들게 도와주는 것. 좀 번거롭고 귀찮고 한계도 있지만 기본적인 생활습관으 로서 중요합니다. 부림제지 휴지의 의미는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번거로운 우유갑 분리수거와 귀찮고 신경 쓰이는 재활용 되살림 공정을 거쳐 휴지로 만들어지고, “다 시 쓰이는” 이 순환구조는 아나바다 생활과 매우 가깝습니다.아나바다의 번거로움 과 귀찮음 그리고 한계는 그대로이지만, 일상생활에서 가장 쉽고 편하게, 많이 할 수 있는 형태의 환경실천운동이 바로 우유갑 되살림 휴지 사용입니다.

아나바다와 재활용을 위한 한살림 운동 확산

요즘 친환경 포장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중소기업 입장에서 ‘재활용’을 중요시하는 것은 무척 부담스럽습니다. ‘재활용’이라는 똑같은 단어가 대기업이나 유명 브랜드와 결합되면 ‘친환경’으로 올바르게 전달되지만, 중소기업과 결합되면, ‘싸고 품질 낮은 제품’으로 소비자들에게 인식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아마도 우리 부림제지 우유갑 되살림 휴지가 계속 친환경-재활용 제품으로서 자리매김하 고 있는 이유도 한살림이 든든하게 지원해주고 있기 때문일 겁니다. 약간 낡은 듯한 느낌의 ‘아나바다’와 ‘재활용’을 가장 좋은 마음으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주는 한살 림과 조합원, 우리 생산자들은 무척 소중하고 고마운 존재들입니다. 현재 가공생산 연합회 전체 생산지에 우유갑 수거 상자가 비치되어 환경을 위한 걸음을 함께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한살림 운동에 좀 더 도움되기 위해, 아직 부족한 점이 많지만 더 욱 고민하고 지치지 않고 계속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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