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0월 가공생산지 이야기

성미산공방 송경선 대표

토종종자와 장애인을 살리는 성미산공방 이팥찜질팩 이야기

안녕하세요? 결실의 계절에 생산지 식구들 모두 바쁘시지요? 이렇게 지면으로나마 성미산공방을 소개하게 되어 반가운 마음입니다. 성미산공방은 도시의 대표적 공동체로 알려져 있는 성미산마을(서울시 마포구 소재) 안에 있는 작은 생산지입니다. 이팥찜질팩 목·어깨용, 배·허리용, 무릎·손목용(2021년 12월 공급 예정)과 야옹이 손난로를 생산하고 있습니다. 2012년에 한살림에 공급을 시작해 10년째 이어져 오고 있습니다.

성미산공방은 성미산마을의 역사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습니다. 성미산마을은 서울시 마포구 성미산 일대의 ‘작은 커뮤니티들의 네트워크’를 말합니다. 공동육아협동조합 어린이집에서 시작해 성미산 지킴이 싸움을 거쳐 20여 년 동안 육아, 교육, 문화, 경제 등 다양한 분야의 활동이 만들어지고, 운영되는 곳입니다. 오로지 주민들의 의지에 기대 서로 마음을 모으고, 욕구를 해결해가는 과정에서 고구마 줄기처럼 다양한 활동들이 이루어지고 있는 곳이지요. 성미산공방은 그중에서 성미산마을의 ‘장애아 통합’과 관련이 있습니다. 12년제 대안학교인 성미산학교는 정원의 10%를 장애아로 받고 있는데 이 학생들이 졸업 후 직업을 갖고 성인기를 잘 보낼 수 있도록 고민하던 과정에서 만들어졌습니다. 2009년 공방과 성미산학교 내 카페를 예비 사회적 기업으로 등록하고 3년간 정부 지원을 받으며 인큐베이팅 과정을 거쳤습니다. 그러다가 2012년 정부 지원이 끊기고 인건비를 감당하지 못해 학교 안 카페는 문을 닫고, 공방만 ‘성미산공방’으로 이름을 바꿔 운영하게 됐습니다. 공방도 수공예품을 만들던 곳에서 생활소품을 만들기로 방향을 전환하고, 첫 시도로 찜질팩을 개발하게 됐지요.

이팥찜질팩은 아는 한의사의 제안으로 만들게 되었는데요. 우리 몸은 체온이 1도만 올라도 면역력이 강화되어 각종 질병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다고 하지요. 찜질은 우리 조상들이 예로부터 건강을 지키기 위한 중요한 방편으로 활용되었어요. 이팥은 우리나라 토종 팥으로 약성이 풍부해서 약팥으로 불립니다. 몸의 독소를 빼고, 혈액순환을 좋게 하며, 부기를 가라앉히는데 도움이 된다고 하지요. 또한 이팥은 단단하고, 열을 잘 품고 있어 찜질팩 재료로도 적당합니다. 이팥을 감싸고 있는 천은 순면 원단을 황토와 참숯으로 염색한 것입니다. 그래서 이팥찜질팩으로 찜질을 하면 몸속 깊숙이 따뜻한 열기가 들어가 몸의 통증과 긴장을 풀어줍니다. 뒷목과 어깨의 통증, 허리 통증과 배앓이, 감기 증세에도 효과가 있습니다. 이번에 공급하게 될 무릎, 손목용 이팥찜질팩은 한번 망가지면 치료가 어려운 무릎이나 손목 및 발목이나 팔꿈치 등 관절 부위에 사용합니다. 벨크로가 넓게 부착되어 있어 고정해서 사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찜질팩은 겨울철뿐만 아니라 요즘 같은 환절기에도 매우 쓸모가 있습니다. 한번 사용하신 조합원들이 계속 구매하시고, 주변에 알려주셔서 많은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이팥찜질팩을 사용하시면 건강과 환경에도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사라져 가는 토종종자를 살리고, 장애인들이 마을에서 통합되어 함께 살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3가지 의미가 있습니다.

한살림의 지원에도 불구하고, 성미산공방은 초기에 세웠던 목표를 아직도 달성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상시공급이 아니다 보니 작업장을 1년 내내 가동할 수 없게 되고 매출이 적은 탓에 안정적인 운영이 어려워 더 많은 장애인과 마을 분들을 고용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또한 기후위기와 생산 농가 부족으로 이팥 확보가 쉽지 않고, 가격이 폭등해 원가를 맞추기 어려운 문제도 있습니다. 이런 어려움 속에서도 다양한 방법을 모색해서 더 좋은 생산지로 성장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지요. 생산자, 조합원들 모두 힘내시고 건강하시길 빕니다.

한살림생산자연합회 한살림농부이야기 2021년 10월호 중 가공이야기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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